부산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급 인정률이 전국 7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고 한다. 최근 부산지역 장기요양보험 등급인정자 수가 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심각한지는 몰랐다. 이 때문에 재활과 생활 중심의 요양원보다 요양병원을 선호하면서 노인의료체계의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정보제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총체적 부실이라 할 만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부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문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심사가 다른 지역에 비해 까다로워서 발생한다.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환자들은 시설등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요양병원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결국 경증 노인이 있어야 할 요양원은 중증 환자들이 차지하고 요양병원에는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한 경증 환자들이 채우는 것이다. 이는 노인의료체계의 역전현상으로 올바른 치료와 보호가 이뤄지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선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 심사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등급심사를 턱없이 까다롭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부산지역의 등급심사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부산시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지역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관리도 시급한 문제다. 1302곳의 시설 가운데 466곳만 등급이 부여돼 있고 나머지 836곳은 평가 대상이 아니거나 신설기관으로 돼 있다. 노인들에게 시설에 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여러 차례 이곳 저곳 옮겨다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시설에 대한 정보는 정확하게 제공돼야 한다. 건강보험공단과 부산시의 분발을 촉구한다.
